시대를 위한 제전

프롤로그

로나운의 성에서는 반란의 판이 잡혀 가고 있었다. 상인 길드의 지원과 이웃 영주들의 합류, 클레르의 사도 임명까지. 브린이 명단을 훑다 멈춘 이름은 하나였다. 칼브람 용병단.

콜헨의 용병 사무실에서 아이단은 또 인형을 샀다. 왜 사는지조차 모른 채, 손에 쥐면 가슴이 떨렸다. 세계가 되감기며 지워진 것이 그 떨림 속에만 남아 있었다.

에녹이 그 떨림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아내와 두 딸, 마족에게 잃은 가족. 모리안의 망각 저주가 벗겨지자 증오가 한꺼번에 돌아왔다. 법황청의 마법사는 개량된 블러디 셰이드를 건네며, 복수하려면 이것을 삼키라 했다.

마렉이 전령으로 찾아왔을 때 아이단은 이미 엘더나이트의 갑옷을 입고 위령비 앞에 서 있었다. 화합의 편지에 답을 미룬 채, 그는 영웅을 불러 달라고만 했다.

공원에서 만난 옛 단장은 이미 사람의 경계를 넘어 있었다. 인간과 마족의 화합이 자신의 증오와 맞지 않는다고, 칼끝으로 말했다. 블러디 셰이드로 강해진 몸도 영웅의 경험을 이기지 못했다.

쓰러지기 직전 그는 마렉을 다음 단장으로 지명하고, 영웅과 화해했다. 위령비 곁에서 시야가 흐려질 때, 잃어버렸던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길이 열렸다.

로나운의 성으로 돌아온 자리에서는 처음으로 영웅의 눈물이 보였다. 마렉은 유언을 받들어 용병단을 이끌겠다고 했다. 새 시대를 위해 산다는 짐이, 남은 자들의 어깨에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