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거짓

에필로그

클레르는 법황청에서 그나마 말이 통하는 타메인 사제에게 그간의 일을 전부 고했다. 협력을 청하는 자리에 에녹이 나타나 하나하나 반박했고, 사제는 서로 다른 두 증언 사이에서 판단을 미뤘다.

한편 셀렌과 혈투를 치른 일행은 베르베 주민들이 인간의 모습을 유지할 약을 만들기 위해 다시 디아난을 찾았다. 재료가 있다는 로체스트 근교를 뒤지던 중, 숨겨진 실험실 하나가 나왔다.

안쪽에서 거대한 지렁이 형상의 괴수 마르젝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에녹의 손길이 닿은 생체 실험의 잔해였다. 제압한 뒤 남은 시체는 어째서인지 인간의 것으로 돌아갔다.

재료는 얻었다. 대신 알고 싶지 않았던 것도 알았다. 에녹의 실험 기록들은 법황청이 최근에 타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 왔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단을 만들고, 이단을 사냥하는 순환이었다.

로나운 성채로 돌아와 클레르에게 사도의 칭호를 부여하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곧 디아난에게서 약이 완성되었다는 연락이 왔고, 배달은 예상대로 일행의 몫이 되었다.

베르베에서 게르트루트에게 약을 건네자 레샤우가 신탁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족의 사제에게 내려온 신탁의 내용은 세르하가 들은 것과 똑같았다. 인간과 마족의 화합.

그리고 이상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인간 쪽 무녀를 지키는 침묵의 기사단의 예언자도, 마족 쪽 사제를 지키는 고요의 기사단의 예언자도, 이름이 놀엔이었다.

인간과 마족의 대립이 마하의 이간질 위에 세워진 것임을 이미 알고 있던 일행에게 이것은 마지막 확인이었다. 상식 밖의 결론이 남았다. 화합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오래된 거짓을 깨는 유일한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