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의 세계
C2 EP 2
레샤우를 따라간 곳은 마을이었다. 집이 있고 부엌이 있고 아이가 있었다. 로무와 레무, 쿨란과 마키나, 조닌과 카시안. 인간의 얼굴을 한 그들은 모두 마족이었고, 레샤우만이 인간 사제였다.
베르베. 다른 신을 섬긴다는 이유로 동족에게 배척당한 이들이, 오염된 땅 한구석에 숨어 만든 자리였다. 라이트 셰이드로 만든 약으로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며 감염을 늦추고 있었다. 처음 만난 날, 여관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신뢰를 사려면 손이 필요했다. 냄비 헬멧을 쓴 고블린을 정리하고, 종을 울려 거대 거미를 잠재우고, 실종된 게르트루트와 퓨리메이스를 찾아 데려왔다. 하나씩 갚아 나가는 동안 로무의 눈에서 경계가 조금씩 빠졌다.
요하드는 본디 마을을 지키던 존재였다. 오염이 그를 미치게 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의 시선이 복잡하게 흔들렸다. 마키나는 대장간에서 투덜대며도 약을 만들었고, 쿨란은 손님 장부에 이름을 적으라 했다.
오염의 근원은 더 깊었다. 네트라 불리는 기괴한 괴수와, 불완전한 여신 네반. 키홀이 남긴 가짜 신성이 날개를 단 채, 오염을 구원이라 부르고 있었다. 낙원에서 구원받았다가 배신당하는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전염이 답이라 했다.
사념의 바다가 존재하는 한 네반은 죽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 이름을 잘 입에 올리지 않았고, 레샤우는 키홀의 뜻을 따르면서도 인간의 얼굴을 한 동포를 지키려 했다.
인간과 마족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관계가 그 마을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지상에서 오염이 콜헨과 로체스트로 번진다는 소식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