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사제
C2 EP 1
권능은 약속을 지켰다. 사라졌던 얼굴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이 한 번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다시는 그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
기사단에 몰래 청을 넣었다. 용병단을 후방으로 돌리고, 자신과 메르는 세르하의 호위로 붙여 달라고. 선의는 배신처럼 받아들여졌다. 후방으로 밀려난 용병들은 무시당했다 여겼고, 감춘 이유를 설명할 방법은 없었다.
로흘란의 공기는 달랐다. 마족의 땅에 퍼진 오염은 인간에게는 닿지 않았고, 마족의 몸만 검게 잠식했다. 원정의 선두에서 마주친 것은 오염에 잠긴 수호 짐승 요하드였다.
요하드를 쓰러뜨린 순간 땅이 무너졌다. 세르하와 함께 낙하했고, 기사단과의 길이 끊겼다. 고립된 둘을 구한 것은 뜻밖에도 마족의 사제였다. 키홀과 같은 옷을 입은 인간, 레샤우.
그는 오염을 피해 숨어 사는 이들의 길을 알고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 닫힌 길,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한 마을. 세르하는 경계했으나 돌아갈 길은 없었다.
같은 시각 지상에서는 칼브람과 코퍼 체이서가 로흘란 원정에 합류하려 움직이고 있었다. 죽은 자들이 돌아온 세계는 평온해 보였으나, 마족의 땅에서는 이미 다른 종류의 죽음이 번지고 있었다.
레샤우의 뒤를 따르며 주인공은 키홀과의 거래를 떠올렸다. 때가 오면 복종하라던 말. 로흘란의 어둠 속에서, 그 때가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