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S1 에필로그

정해진 것은 끝내 막히지 않았다. 엘쿨루스가 날아올랐고, 카단은 마신 키홀로 강림했다. 그가 그렇게 되기까지의 길은 처음부터 누군가의 설계 위에 놓여 있었다. 여신을 구하려던 손이, 세계를 다른 신화의 쪽으로 밀어 올린 셈이었다.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진 베라핌이 그 설계의 한 축이었다. 리자드맨 종족의 앞날을 위해 마신을 이 땅에 불러들이려 했고, 그 목적을 위해 카단에게 다가갔다. 분노와 상실과 사랑이 겹친 자리는 유혹에 취약했다. 카단은 그 손을 잡았고, 결국 티이도 지키지 못한 채 자신마저 사람이 아닌 것이 되었다.

티이모리안이 되기 직전, 카단을 향해 짧게 말했다. 가여운 사람이에요, 당신. 그 말이 두 사람 사이에 남은 마지막 문장이었다. 구원도 저주도 아닌, 서로를 알아본 눈빛의 잔향만이 공기 중에 잠시 머물렀다.

콜헨에서는 이상한 평온이 내려앉았다. 게렌가 여관의 무녀를 두고 딴소리를 하다 커스티아이단에게 제지당했고, 케아라는 창밖을 보며 무언가 빠진 듯한 외로움을 고백했다. 모두 차분한데, 그 차분함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사람들은 무엇을 잃었는지 모른 채, 잃은 감정의 껍질만 만지고 있었다.

아이단커스티에게 다시 한번 동료가 되어 달라 청했고, 사냥꾼은 군인은 아니라며 거절하면서도 무녀를 지키는 일만은 하겠다고 했다. 그 약속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기억이 지워진 뒤에도 습관처럼 남았다. 칼브람의 일상은 계속되었고, 이야기의 중심은 이미 신들의 이름으로 옮겨 가 있었다.

그리고 그날의 일은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누구도 무엇을 잃었는지 알지 못한 채 다음 아침을 맞았고, 오직 되감긴 시간만이 그 일이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종탑은 다시 고요해 보였고, 여신의 자리는 비어 있으면서도 가득 차 있었다.

영웅의 첫 밤이 열리던 콜헨으로, 세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갔다. 그러나 재와 봉인석과 노래의 여운은 형식만 지워졌을 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음에 눈을 뜨는 누군가가 그 틈을 다시 만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