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강림

S1 EP 10

브린의 연구소에서 카단은 낙원 연대기를 펼쳤다. 망각의 문 너머에 시간의 신이 있으며, 운명의 영혼이 신을 불러내리라는 구절. 과거의 잔재가 열쇠이자 나침반이자 문이 되고, 흔한 돌처럼 보이는 그것이 신을 부른다고 적혀 있었다. 브린은 한숨을 쉬며 고대 봉인석을 내밀었다. 신입이 일찍이 손에 넣었던 그것.

티이가 진짜 예언의 무녀라면 봉인석이 반응할 것이라 했다. 브린은 그 길이 빛인지 어둠인지 모르겠다고 경고했고, 놀엔이 우려하던 차원의 균열을 떠올렸다. 카단은 세계를 부수는 짐을 지더라도 티이를 구하겠다고 답했다. 브린은 그를 붙잡지 못한 채, 다만 망치지 말라, 죽게 두지 말라 했다.

여관에서 티이는 따뜻한 음식을 남겨 둔 채 카단을 기다렸다. 그가 조용히 봉인석을 소녀의 손에 올리자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대지의 봉인이 응답하듯 흔들렸고, 티이는 공포에 질려 물었다. 무엇이냐고. 카단은 지금은 모르는 편이 낫다 하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지키겠다는 말이 울음처럼 들렸다.

같은 시각, 법황 레우러스길레스피에게 이단의 목을 가져오라 명하고 있었다. 콜헨이라는 변방의 어촌, 그곳에 드윈이 파견되었고 진짜 무녀의 소문이 있다는 대화가 오갔다. 충성을 상기시키려면 피가 필요할 것이라 했다. 신앙의 도시가 칼의 도시를 부르는 밤이었다.

운명과 숙명이라 불리던 결전의 자리에서 하늘이 갈라렸다. 사람들이 오래 기다렸던 여신의 강림이었으나, 막상 그 앞에 선 이들의 표정에는 환희가 없었다. 지켜 온 낙원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 대가로 지불되어 왔는지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박제된 것은 낙원만이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의 약속, 병사와 용병의 계약, 무녀를 지키겠다던 맹세까지 같은 틀 안에서 굳어 가고 있었다. 카단의 칼은 신을 겨누는 위치에 섰고, 신입을 포함한 살아남은 자들은 각자의 몫만큼의 상실을 안고 그 아래에 섰다.

시즌을 거쳐 쌓인 모든 충돌이 이 한 장면으로 모였다. 이긴 자도 진 자도 명확하지 않았다. 티이의 온기와 여신의 광휘가 겹쳐 보이는 자리에서, 구원이라는 단어는 가장 잔인한 형태로 실현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여신이 내려온 뒤에도 세계는 계속되었고, 남겨진 이들의 시간이 그 뒤를 이었다. 여관으로 돌아가면 티이의 자리는 비어 있을 것이고, 사람들은 그 빈자리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