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무녀
S1 EP 7
로체스트의 성문이 평소보다 붐볐다. 법황청이 모든 무녀를 소집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입성자의 이름을 적는 경비병들의 손이 바빠졌다. 병사와 사관은 예외라 했으나, 거리의 공기가 예외를 허락하지는 않았다. 신앙이 행정의 형태로 움직이는 도시였다.
왕국군 기지에서 넬이 수다를 떨듯 물었고, 루더렉은 명령일 뿐 이유를 묻지 않는다 답했다. 대성당으로 향하는 발걸음마다 예언이라는 단어가 발밑에 깔렸다. 여신이 돌아올 길을 열 무녀, 에린으로 인도할 존재. 사람들이 배워 온 이야기 속에서 그 자리는 하나여야 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의 무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수도의 어둠과 기이한 소문 사이에서 발견된 디안나. 법황 레우러스는 그녀를 예언의 무녀라 불렀고, 발견의 공을 신입과 드윈의 믿음에 돌렸다. 루더렉의 침묵이 길게 늘어지는 동안, 도시의 축은 이미 기울고 있었다.
콜헨의 티이를 떠올리는 이들에게 그 선포는 충격이었다. 하나의 여신, 하나의 낙원이라 믿어 온 질서가 갑자기 두 개의 답을 갖게 된 것이다. 누구의 낙원인가. 이 물음은 신학의 문제가 아니라 곧 칼끝의 문제가 되었다. 어느 쪽을 진짜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누가 이단이 되는지가 달라졌다.
길레스피는 대성당의 그림자에서 그 분열을 정리하듯 움직였다. 겉으로는 질서와 예법을 말했으나, 속으로는 권력이 어디로 흐를지를 재고 있었다. 무녀의 소집은 축복의 잔치가 아니라, 진위를 가리고 불온한 가능성을 걸러 내는 체에 가까웠다.
드윈은 웃음을 지으며 신입을 옹호했으나, 눈빛은 편치 않았다. 콜헨에서 본 티이의 잠과 로체스트의 화려한 선포가 같은 세계에 속한다는 사실이 어긋나 보였기 때문이다. 카단 역시 말수를 줄인 채, 옛 친구의 마을과 법황청의 전당 사이를 저울질했다.
거리에는 무녀를 자처하는 이들이 오갔고, 시민들은 축복이라 수군댔다. 그러나 나일과 침묵의 기사단의 시선에서는 위험이 먼저였다. 진짜 무녀를 지키려면, 가짜가 빛나는 자리일수록 칼이 가까워진다. 여신과 무녀를 잇는 실은 더 이상 한 가닥이 아니었다.
그 엉킨 매듭은 곧 파멸의 노래와 강림의 밤으로 풀려 나가게 된다. 다만 이 무렵의 로체스트는 아직 축제를 가장한 채, 두 이름의 무녀를 같은 하늘 아래 두고 있었다. 선택이 미뤄질수록, 나중에 치를 값은 커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