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성물

S1 EP 5

놀 왕의 소란이 잦아든 뒤에도 티이의 잠은 깊어만 갔다. 여관의 아침이 늦어지고, 그녀가 건네는 약병과 미소 사이로 피로가 스며 나왔다. 로체스트로 가려다 입국을 거부당한 상인의 이야기처럼, 먼 곳의 불안이 작은 마을의 일상에 먼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아이단은 당분간 신입드윈의 지휘를 따르라 했다. 왕국군의 보좌가 비운 자리를 메우라는 임시 조치였다. 드윈의 목소리는 전과 같았으나, 그 아래에는 엘리스를 잃은 후의 날이 시린 칼날처럼 남아 있었다. 콜헨을 질서로 묶으려는 손과, 이미 벌어진 틈을 숨기려는 손이 같은 명령서 위에 포개졌다.

그러던 중 드윈이 중요한 정보를 전했다. 법황청 사제 타메인이 얼음 계곡에서 성물을 나르다 실종에 가깝게 늦어졌고, 법황청의 문양이 찍힌 주머니를 든 코볼트가 목격되었다는 것. 원정 준비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조사가 급했다. 곧이어 부사령관 루더렉이 직접 콜헨으로 온다고 했다. 그 이름 하나로 주둔지의 등이 곧게 펴졌다.

얼음 계곡 깊은 곳에서 검은 벨벳 주머니가 회수되었다. 겉면의 문양은 신앙의 권위를 닮아 있었고, 내용물은 단순한 전리품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것을 성물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성물을 되찾겠다는 자들의 목적은 저마다 달랐다. 어떤 이는 여신의 뜻을 말했고, 어떤 이는 로체스트에서의 평가를 셈했다.

주머니를 티이에게 보이자 여관의 공기가 달라졌다. 무녀의 손이 닿는 자리에서 이야기들은 갑자기 무게를 얻었다. 여신, 낙원, 예언. 마을 노인들의 옛말 정도로 취급되던 단어들이 병사와 용병의 대화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온 것이다. 티이 자신은 그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다만 더 자주 잠에 빠져들었다.

루더렉의 방문은 조사에 격을 부여했다. 왕국군은 성과를 원했고, 법황청의 그림자는 성과의 방향을 정해 두는 듯했다. 성물이 제자리를 벗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균열이었고, 그 균열을 메우기 위해 움직이는 손들이 과연 같은 낙원을 바라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커스티는 계곡의 예티와 코볼트 사이를 오가며 사냥꾼의 방식으로 단서를 이었고, 브린은 문양의 마법적 잔향에 말을 아꼈다. 나일 역시 멀리서 사태를 지켜보는 눈치였다. 침묵의 기사단이 무녀를 지킨다면, 법황청의 문양이 찍힌 물건이 전장에 나도는 일은 그들에게도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성물은 되찾아졌다. 그러나 되찾은 것으로 무언가가 원래대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때부터 사람들은 티이의 잠과 여신의 이름을 같은 숨으로 말하기 시작했고, 콜헨의 평온은 표면만 남은 얼음처럼 얇아져 갔다. 다음에 올 불이 어디를 향할지는, 아직 연기조차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