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브람 용병단
S1 EP 1
종탑의 소동이 가라앉자 티이는 신입에게 칼브람 용병단을 찾아가라 했다. 용병 주둔지에 들어선 순간, 성마른 마렉과 왕국군 장교 드윈이 관할권을 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변방의 작은 마을에 정규군과 용병이 동시에 발을 들이자, 명령의 줄기가 둘로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베테랑 케아라가 신입을 훈련장으로 데려가 칼끝을 가다듬게 하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말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드윈은 단장 아이단을 만나려 했으나, 아이단은 종탑에서 입은 부상으로 아직 말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드윈은 물러갔고, 마렉은 신입에게 칼브람의 표식을 건네며 비로소 동료로 받아들였다.
아이단이 종탑 꼭대기에서 거둬 온 것은 놀의 뼈목걸이였다. 붉은 마족 문양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것을 집는 순간 놀들이 용병들을 덮쳤다는 사실이 마렉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놀은 오래전 마족과 갈라선 뒤 인간과 크게 적대하지 않던 존재였다. 그 균형이 깨졌다면, 이유는 폐허 쪽에 있을 터였다.
위험한 폐허에 발을 디딘 신입은 곧 그림자 송곳니를 앞세운 놀 무리의 습격을 받았다. 살아 돌아와 보고하자 마렉은 목걸이를 사냥꾼 커스티에게 넘기라 했다. 여행자 상점에서 만난 커스티는 금빛 놀 가죽을 대가로 받은 뒤에도, 그 문양만은 선뜻 읽지 못했다. 아는 것이 없다는 말 자체가 이미 경고였다.
드윈은 신입에게 종탑의 거미와 폐허의 놀이 연결되어 있는지, 놀들이 다른 생물을 부리는 힘을 얻었는지 조사하라 명했다. 그 곁에는 왕국군 사관후보생 엘리스가 서성였다. 드윈의 부하였으면서도 번번이 설명을 그르쳐 끝내 상관의 등 뒤를 쫓아가는 소년. 케아라가 자리를 비운 주둔지는 그렇게 미묘한 긴장으로 채워졌다.
두 번째 폐허 조사 뒤 아이단이 회복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놀을 자극하지 않겠다며 폐허를 금지구역으로 선포했으나, 게렌가 이미 늦었다고 입을 열었다. 신입이 드윈의 명으로 다시 들어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마렉은 분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갔다. 왕국군을 향한 그의 앙금은, 티이가 말하듯, 한때 그곳 입대에 실패했던 과거와 닿아 있었다.
여관에서 티이는 마렉과 카단, 클로다, 그리고 자신이 함께 자란 이야기를 꺼냈다. 카단이 왕국군에서 이름을 날릴수록 마렉은 우정을 끊듯 등을 돌렸다. 브린의 마법 연구소에서 회복차를 마시던 신입은 구석에 앉은 과묵한 사내를 보았다.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곧 전투 뿔피리 소리에 그 침묵은 끊겼다. 나중에야 게렌의 입을 통해 나일임을 알게 된다.
왕국군이 위험한 폐허로 진군한다는 소식에 아이단은 마렉에게 중대를 맡기고, 신입에게는 그보다 앞서 정찰하라 했다. 먼저 칼이 오가면 전면전이 된다고. 폐허에서 미친 회색발톱의 무리를 물리치고 돌아왔을 때, 드윈은 이미 마렉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진군로에서 놀의 매복에 왕국군과 칼브람 일부가 쓰러진 뒤였다.
게렌는 붉은 털의 거대 놀 족장이 무리를 이끌고 있다고 보고했다. 습격에 나선 놀들 중에는 붉은 털이 없었고, 진짜 왕은 검은 털이라 여겨졌으나, 당장 콜헨을 지킬 여유는 없었다. 아이단은 전 병력을 폐허로 몰았고, 신입이 선봉에 섰다. 붉은 족장이 쓰러진 뒤에도 마족과의 연결은 남았지만, 당분간 마을은 숨을 골랐다.
드윈은 매복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퇴로 없는 통로로 병력을 밀어 넣은 성급한 판단이 동료를 죽였고, 그 얼굴로는 로체스트의 카단을 볼 수 없다 했다. 신입은 다시 폐허로 들어가 복수를 대신했고, 드윈은 짧게 고마워했다. 아이단은 다음 소식이 오면 부르겠다고만 했다. 같은 방향을 걷던 용병과 기사단의 발걸음은, 이미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